안녕하세요, 긋다입니다.
따뜻한 방 안에서 훈훈한 공기와 함께 뒹굴거리고 싶은 겨울이네요.
저도 요 며칠 이불 속에서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는데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웨이브를 통해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방영한 지가 꽤 오래되어 그동안 이 드라마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었는데요,
여운이 너무 심한 드라마라는 말이 참 기억에 남았었는데... 끝까지 다 보고나니 그 말이 정말이었음을 믿게 되었어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다른 세상 속을 잠시 살다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꿈에서 겨우 깬 기분이었어요.
좋은 드라마로 늘 손꼽히는 만큼, 저 역시 기억해두고 싶은 장면과 대사들이 많아서
오늘도 이렇게 정리해두려고 가져왔습니다.
#1. '나는, 이 사람이구나.'
"너한테만 가져가면 내가 가진 모든 문제들이 가벼워져.
그러니 어떻게 널 안보고 살아." (왕소)
_
'아, 이 사람이구나.' 싶은 느낌을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아마 왕소 황자의 이 말이 가장 적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나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사람.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주는 사람.
내 모든 슬픔들을 기꺼이 통과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이처럼 한 눈에 알아볼 것입니다.
'아, 나에겐 이 사람이다.'
#2. '남김'과 '남김없음'
"사랑하다의 반대는 미워하다가 아니었어요. 버리다...였습니다." (해수)
_
사랑하다의 반대말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늘 '사랑'만을 부지런히 탐구하느라, 저는 그 반대를 짐작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왕소의 말에 아마 해수는 사랑의 반대가 '버림'으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사랑을 단 한톨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 미워할 수 있는 작은 조각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
그것이 사랑의 반대라면, 그 이전에 존재하던 '사랑'이란 얼마나 충만한 '남김'이었을까요.
사랑은 그렇게 남겨가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나의 세상에 당신을, 당신의 세상에 나를 열심히 남기는 것이요.
#3. 낮게 쓰인 사랑시
'물 닿은 곳에 이르러 앉아보니 구름이 일 때로다.'
: 물이 다하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내리듯
어디에 있든 내 마음은 그대에게 향하리.
_
시를 통해 전하는 마음. 또 그것을 한 자 한 자 음미하는 마음.
그 마음들의 오고감이 참 예쁘고 귀하게 느껴지던 장면이었습니다.
시구 속에 꼭꼭 감춰둔 그 사람의 마음을 찾아내는 일만큼 재미있는 숨바꼭질이 어디 있을까요.
나중에 제 사랑도 이와 같이 한 줄로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줄로 남을 수 있는 사랑이란, 얼마나 기적인 걸까요.
#4. 혹시 내가 헤맨다면, 내 이름을 불러줘.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 나의 수야." (왕소)
_
이 문장을 듣는 순간, 아이유님의 '너랑 나'라는 곡의 노랫말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세계를 초월한 사랑. 그것을 다시 한번 더 뛰어넘으려는 마음.
그 사랑과 마음에는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이 응축되어 있는 것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힘들은 분명 그곳에 닿았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들은 잘 닳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힘을 내기 때문입니다.
아마 잘 도착했을 것입니다.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을 거에요.
#5. 세상의 무심한 위로
"아무리 내 마음이 아파도, 이 세상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요.
부지런한 세상을 지켜보자면 언젠가 다 잊을 수 있겠죠?"
_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이란, 어쩌면 다행인 걸까요.
'멈춤'이란 나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가도
함께 멈춰주는 존재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문득 서러워질 때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멈추기를 그치고 부지런해지려면, 세상은 내게 무심한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그것이 세상이 나를 아껴주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서 이곳으로 돌아와. 다시 움직여보자. 힘을 내 보자.
하는 말들을 열심히 전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 용기의 '확장'
"채령인 후회하지 않아요. 원망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진 자기만 아는 거니까요." (채령)
_
채령이의 사랑에 대한 마음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삶에 대한 용기도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선택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용기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확장'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네요.
정말, 응답하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_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무수한 사랑을 목격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사랑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참 기쁘면서도 힘들었지만, 이 세상을 돌게하는 것도, 구하는 것도
모두 우리의 '사랑' 때문이었음을 생생하게 깨달았습니다.
모두가 한 평생 동안 자신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또 애썼던 것이 모여, 결국 삶이 되는 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궁궐에 홀로 남은 광종의 뒷모습이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
왕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외롭고, 무겁고, 쓸쓸한 자리인가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살았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대체 어떤 세월을 딛고 여기에 서 있는 걸까.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는 가슴이 참 많이 움직였던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세상이 딱 한 뼘 더 깊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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