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긋다 입니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저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또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참 오래도록 살아남지요. 힘이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닿으러 온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 보고 있자니
차곡차곡 쌓여 온 우리의 역사와 세월이 새삼 거대하고도 사소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생생히 재현되고 있는 풍경들 앞에서, 그 시대를 참 많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매 화 열심히 헤아리게 된 듯한 기분이 많이 듭니다.
이번 드라마 역시,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아 이렇게 제가 아끼는 공간에 조금 기록해두려 합니다.
#1. 당신은 그 속에 영원히 갇힌 바다입니까.
"넌 내 옆에 없는 편이 나아.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위험해져." (세손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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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가장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이유는, 그 자리가 위대한 만큼 위태롭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것들을 지키고 또 지켜야 하는 자리.
오직 잃어버릴 일만 남은 자리. 그곳이 아마 왕이라는 자리일테지요.
그래서 잃어버리기 전에 먼저 내치는 마음. 멀리 보내버림으로써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런 가슴아픈 마음의 단련이 계속 이루어져야만 하는 그 속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요.
왕이라는 운명은, 매일 지옥을 하나씩 가슴에 품어야 하는 우주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끊임없이 충돌하고, 파편들이 튀고, 어디론가 자꾸만 사라지는 그 모든 일들을
가슴에 잘 묻어야 하는 그런 영원한 바다를 품은 가슴을 타고나야 한다고요.
#2. 단 한 줄로 알게 되는 사랑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시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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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 속의 한 줄로 비롯되는 인연을 몹시 사랑합니다.
그 한 줄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 역시, 몹시 좋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한 줄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생각하는 순간을
저는 가장 사랑합니다.
#3. 세상을 받친 어깨
"모든 책임은 제왕의 것.
이제까지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 자리에 엎드려 전하를 원망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처럼 간단하고 쉬웠습니다.
이제 저의 하늘이 무너져 사라지고, 제가 새로운 하늘이 되었습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두렵습니다. 결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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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되어야 하는 마음을 감히 한 번 상상해 본 장면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무게였습니다.
하늘 아래에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하늘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작은 풀꽃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바람 한 번, 비 몇 방울에 흔들리던 마음이었습니다.
서쪽의 달이 무겁고, 동쪽의 해가 버거운 하늘은
오늘도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까요.
감히 헤아려지지가 않습니다.
#4. 부디, 행복해지세요.
"세상 그 누구도 주상에게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라 말하지 않아요.
주상이 임금이기만 하면 모두가 만족할 겁니다. 허나 이 어미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주상, 부디 행복해지세요. 산아 행복해지렴." (혜빈 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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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백성의 행복을 빌면서도, 정작 자신을 위한 행복을 빌어주지는 못한 정조.
행복해지라는 말이 이렇게나 뭉클하고 유일하게 들리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도 정말로 아끼는 사람에게 이런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이 진심으로 들릴 수 있을 때까지, 이 세상을 열심히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 역시 부지런히 행복을 알아가야겠습니다.
#5. 우리는 당신들의 영원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 (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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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영원을 약속하는 순간이란 참 눈부십니다.
"이것이 과거라 해도 좋다. 꿈이라 해도 좋아. 죽음이어도 상관없어.
오직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이 순간이 변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이산)
하고 말하는 산과 그 순간을 끝내 영원으로 불러주는 덕임이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은 분들이 함께 이 두 사람의 영원을 힘껏 빌어주시지 않으셨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언젠가 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들이 모두
'같은 순간처럼 만나 조금 다른 영원으로' 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보며, 저는 제가 떠올린 이 문장이 얼마나 슬픈 문장이었나 깨달았어요.
같은 순간들끼리 서로를 끌어당겼듯이, 조금 다른 영원끼리도 서로를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분명 존재할 거라 이제는 믿습니다.
영원은 끝이 아니라, 끝없이 계속 되는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허무함과 동시에 역설적인 희망이 느껴지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순간들을 잘 모아 영원을 만들고 싶은 마음. 단 한 순간을 영원으로 늘어뜨리고 싶은 마음.
우리의 이 순간이 세상 어디선가 영원의 목숨을 얻어 오래 살아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
참 여러가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마 그 모두의 마음이겠지요.
영원이 뭐 별건가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그것은 분명 영원으로 갔을 겁니다.
몇백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우리에게로 온 그들의 시간처럼요.
그들의 순간이 이미 영원을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확인한 것 같습니다.
순간은, 정말로 영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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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을 오래 맞추고 있는 사진 속 두 사람처럼, 우리들도 그들과 오래 눈을 맞춰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우리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눈을 맞추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마음을 아름다워지게 합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는 내내 마음이 참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 순간이 한 조각의 영원이 되었겠지요.
참 뭉클하고, 눈부신 조각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참 좋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오래오래 소중하게 간직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아직 안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그럼 이상으로 긋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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