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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긋다/소설

[소설책추천]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식물들의 사생활>

by _geut.da 202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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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재미있게 읽은 소설책을 추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이승우 작가님의 <식물들의 사생활>이라는 책인데요,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이틀 정도만에 굉장히 빨리 읽었습니다.

그만큼 무척 몰입도가 높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얼개로 엮어지는

결말이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바다 옆 야자수가 생각날 정도로,

나무에 깃들어진 이 세상 모든 사랑들을 자꾸만 상상하게 되는 그런 울림이 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해보자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들의 이야기이자 가장 제대로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정 인물에게 기울어지지 않고, 등장인물 각자의 사랑을 공평하게 들어볼 수 있는 책이라서,

그리고 그 모든 사랑들이 서로를 향해 펼쳐지고 있어서 책장을 덮을 때 쯤이면

제게로 얽혀 있는 사랑은 어디서 어떻게 불어오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들이 참 많아서 하나씩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 괜찮음을 연기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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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제가 맡은 배역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할극의 무대'라는 표현에 자꾸만 끄덕이게 되네요.

저는 항상 누군가를 '알아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힘들다고 하면 그 옆에서 항상 어떤 게 힘들었는지 묵묵히 들어주는 그런 역할이요.

제 삶에서 저는 줄곧 친구1 역할을 맡아왔던 것 같습니다.

나의 힘듦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며, 항상 괜찮음을 연기해왔던 것 같아요.

 

 

#2. 삶은 네 생각보다 가볍고 요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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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깨는 아무도 토닥거려주진 않았지만, 저도 이 문장에 함께 위로 받았습니다.

삶이란 그렇게 엄숙하지도 않고 정연하지도 않다는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삶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가치에 비해, 제 삶은 항상 가볍고 단정치 못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삶이란 것도 실은 단정하지 못한 것이니

제 요란스러운 삶도 이제 아무 걱정 할 필요 없는 것이겠지요?

전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순간 가장 힘이 되는 삶에 대한 위로는,

얼굴도 모르는 아주 먼 타인에게서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장들처럼요.

 

 

#3. 비밀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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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사실은 힘이 없죠. 공개되지 않은 일부가 비밀의 키를 쥐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인가 봅니다.

저는 적당히 알고, 적당히 모르며 살고 싶습니다. 가능할 지는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기꺼이 알아야 하는 것들이라면, 힘들어도 알고 싶습니다.

그 공개되지 않은 비밀이 누군가의 열쇠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4. 가벼워지는 과정에는 세월이 아니라 이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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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가도 가벼워지지 않는 기억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단지 너무 아파서, 고통스러워서, 혹은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자꾸 나한테 남아있는 이유는 기억이 담고 있는 감정 때문이 아니라,

그 기억이 나에게 미치고 있는 의미의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일거에요.

그 이유를 어떻게 해서든 직접 찾아내라고 자꾸만 곁에 붙어있는 거, 아닐까요.

 

 

 

#5. 사랑하는 마음이 내 세계를 팽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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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세상 그 자체보다도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저는 종종 이 한 번 뿐인 삶에 대해, 오롯이 내가 꾸려가는 이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조금 더 풍성한 마음으로 살다 가고 싶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가진 건 부족해도

이 세계 속에서 남들보다 무언가 단 하나라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요.

세상의 크기는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의 인식의 크기에 비례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의 인식의 크기는 이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하니까요.

 

 

#6. 사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빌려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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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나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일. 그것은 사랑의 신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것은, 그런 식으로 사랑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빌려서, 자신의 존재를 확신시켜준다. 나는 이렇게 존재한다고.

 

 

#7. 나는 당신이 들려요, 온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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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애틋하게 아끼는 문장.

당신이 하는 말을, 문장이 아니라 당신의 진심을 헤아림으로써 알아듣는 것.

또 그 반대의 경험은 아주 정직하게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인 것 같다.

서로를 한 뼘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다.

 

 

#8. 나는 네게 꼭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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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제 짝을 찾으면 저도 저런 티키타카를 꿈꿉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도 알고 있고,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그가 이야기하는 것.

서로를 통해 우리가 완벽해지는 느낌.

그 딱 알맞은 기분을 언젠가 꼭 느껴보고 싶네요.

 

 

 

#9. 뿌리내린 사랑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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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어쩌면 <식물들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지 않을까 싶어요.

나무란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땅 아래에서 서로를 다시 찾기 위해 뿌리내린 식물이라는 생각.

그 상상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고 놀라워서,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조금 더 애틋한 마음으로

길가의 나무들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네요.

좌절된 사랑의 화신, 나무. 정말 멋진 상상력이지 않나요.

 

 

#10. 100가지의 특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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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삶이든, 사랑이든 모든 이의 방식은 다르고 특별합니다.

그 다름들 속에서 이해를 발견하고,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우리의 세계는 점점 확장되는 것일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그란 사랑도, 세모난 사랑도 모두 다 사랑이라는 것만 잊지 말도록 합니다.

다른 마음 생김새에 함부로 사랑을 의심하지 맙시다.

 

 

#11. 이 세상에는 없는, 오직 두 사람만의 무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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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위해서는, 이 세상에는 없는 무대가 필요하다.

이 말이 저는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 깊었습니다.

현실에서 좌절된 사랑을 위해, 이야기 속에서나마 그들을 위한 무대를 따로 마련해주려는

작가의 마음이 선물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개의 따뜻한 심장 외에도 또 다른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런 순간을 두고 그런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의 멋진 사랑에는, 실은 꽤 많은 마음들이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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